새로운 문자 그리고 새로운 문명



  반백년 전 누군가는 21세기가 우주시대가 될 것이라 했고 누군가는 핵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지난 시간 실제로 인류의 삶을 가장 크게 바꿔놓은 것은 조그마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해커들이었다. 코딩교육 열풍이 불고 프로그래밍에 대한 관심이 이전에 비해 매우 커진 것은 사실이고 구글과 아마존과 같은 테크 회사들은 규모로나 직원들 처우로나 최고의 회사로 여겨진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의 경우는 기술이란 것이 사회를 이끄는 원동력임에 동의 하면서도 과연 그 기술의 발전이라는게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다.

  굳이 역사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문자의 발명이 문명을 만들어낸 원천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문자는 인간의 지식을 영구적으로 보관해 두고두고 전달할 수 있게 해주었다. 과학, 철학, 예술, 정치 어떤 분야에서든 우리 인류가 자랑스러워 하는 대부분의 업적들은 근본적으로 문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쓰는 문자란 것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떠한 훌륭한 생각을 담은 책이 있더라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 그책을 잘 읽고 온전히 해석해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그 책은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매체를 발명해 내었다. 그것은 바로 프로그래밍 언어이다.

  누군가에게 프로그래밍이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스마트폰 게임을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웹사이트를 만드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와 친숙해 질수록 컴퓨터 언어란 것이 본래 가지던 의미를 점점 퇴색되어 온 것은 아닐까? 본질적으로 본다면 컴퓨터 코드도 일차적으로는 다른 문자와 마찬가지로 지식을 저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명료하게 표현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떠한 종류의 지식이든 코드의 형태로 저장될 수 있고 시간이 갈수록 보다 다양한 형태의 인간 지식들이 컴퓨터 코드의 형태로 번역이 되고 있다. 과거 팩맨과 같은 귀여운 게임을 하기 위해 쓰였던 컴퓨터는 이제는 인류최고의 바둑기사를 상대로 여유있게 바둑을 둘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컴퓨터 코드의 정말 무서운 점은, 코드란 것은 그 자체로 실행이 될 수 있는 지식이라는 점이다. 컴퓨터 코드의 형태로 표현된 지식은 세상의 그 어떤 지식보다 빠르고 값싸게 실행될 수 있다. 위대한 책이 가지는 파급력이 다이너마이트와 같다고 한다면, 위대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그것은 어쩌면 핵폭탄과 같은 것이 아닐까? 때문에 컴퓨터의 발명은 산업혁명 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컴퓨터의 발명과 비교될 수 있는 것은 문자의 발명 밖에는 없다.

  문자가 있음으로 우리는 모두 공자를 알고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를 알고 있다. 문자의 시대에서도 이미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지리적 그리고 시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물며 문자의 한계를 넘어선 컴퓨터 언어라면 어떠할까? PC, 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이 세상을 뒤집어 뒤흔든 발명들을 일구어 낸 것은 정말 놀라울 만큼 소수의 해커들에 의해서였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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